지금 독일에서 외교하고 계시는 대통령에게 한 번 더 화끈한 멘트를 기대하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이제 됐다.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라 두 번째 단계로 전이했다는 말이다.
드디어 영구 상임이사국 확대에 반대하는 ‘커피클럽’이 떴다. 190여 유엔 회원국의 절반정도에 해당하는 정족수를 채우는 기존의 목표를 훨씬 상회하여 117개국의 참가를 이끌어 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대성공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선출직 상임이사국제도를 도입하는 유엔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11일 새벽(한국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동포간담회에서 화동에게 꽃다발을 받고 밝게 웃고 있다 ⓒ eyenews
물론 기존의 영구직 상임이사국들의 기득권에 대하여 언급할 단계는 아니나 미국입장에서는 선출직 상임이사국의 도입은 결국에는 현재의 자신들의 유엔에 확보하고 있는 영구직에 대한 도전으로 진화할 우려가 있으며 안그래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유엔이 불만이었는데 목소리가 더욱 다양해지는 개혁이 탐탁할 리가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일단 접혔다고 본다.
한 가지 흥미 있는 것은 이 커피클럽을 주도한 안티들에 대한 시각이다. 독일에는 이탈리아가 붙어 있으며 인도에는 파키스탄이, 그런데 여기서 내가 넘어간 건 뜻밖에 일본에 중국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분명 시작은 노무현 대통령이 했고, 가능한 중국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의 표명을 자제해 왔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일성에 자극받은 중국 네티즌들의 과격한 저항으로 인하여, 여기 언론에서는 거의 일본과 중국사이의 흙탕물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다.
비판의 칼끝은 물론 일본을 향하여 있으나 이런 싸움에 말려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국가의 이미지에 좋게 기여하지는 않는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희생을 감수하고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막아 보자는 것이었으나 뜻밖에 총대는 중국이 메고 노무현 대통령은 본의 아니게 치고 빠지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단지 노무현이라는 단어는 하나의 수사학적인 진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It is a grave misfortune for the entire world to coexist with a nation like Japan anxious to glorify its history of aggression and cruelty”
우리나라 말로도 “일본과 함께하는 것은 세계의 불행”이라는 명품 표현이지만 영어로 표현되었을 때도 손색이 없는 명작이다. 이 말을 사무실에 있는 프랑스인과 메릴랜드산 미국인에게 들려주었는데 모두 뒤집어진다. 그들은 일본이 “Freak out (병신됐다)”고 한다.
중국의 데모대를 보여주면 첫 질문은 몇 명이나 모였냐이지만 대통령의 이 말을 들려주면 일본애들 무슨 짓 했냐는 질문을 한다. 그럼 난 자연스럽게 일본이 그동안 저지른 외교적인 결례 몇 가지를 들어 준다. 그러면 그들에게 일본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대통령의 명카피와 연결되어 공존 불가라는 약간은 우스개스러운 딱지를 달게 되는 것이다.
즉, 대통령은 성공적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역사인식의 굴레에 효과적으로 매어놓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연속적으로 독일에서 재연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미 사람들은 노무현을 보는 순간 그 뒤집어 지는 카피의 상상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약간은 쌩뚱맞게 북한에 집중하게 되지만 이미 노무현은 그들에게는 하나의 상상의 연결고리가 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독일이 이번 상임 이사국 진출문제에 일본과 패키지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통령의 언급은 마치 불행하게도 일본과 같은 패키지에 묶여 있는 독일에 대한 심심한 위로의 말로 들린다. 한마디로 독일인들로 하여금 도움이 안되는 일본에 대한 원망을 키우는 일이다.
근데 이런 언급을 독일에 가서까지 반복하는 것은 자칫 일본에 묶여있는 독일에 대한 안티로 비춰지는 수가 있다. 거기다가 외국에서는 이미 일본의 안티는 중국으로 대표되고 있고 우리는 대통령 덕에 손 안대고 코푼 격이 되었는데 굳이 이미지 구길 일은 없다.
이제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는 도마 위에 올랐고 영구 상임이사국 진출은 대략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이는데 한 가지 남아있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우리가 풀어내야 할 문제의 핵은 사실은 독도문제도 또 교과서 문제도 아니다. 일본의 동북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재무장이다.
일단 일본이 영구 상임이사국에서 물을 먹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처음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나 여전히 미국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군사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언론에서는 쉬지 않고 일본을 대서양 동쪽의 영국 같은 역할을 태평양 서쪽에서 완수할 국가로 띄우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난 바로 이것을 저지하는 것이 대통령의 최종목표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독도야 지금 일본이 대충사과하고 넘어가도 다음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일이고 문제는 동북아에 세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힘의 균형추가 급격히 일본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문제를 국가간의 분쟁이 아닌 침략행위를 찬양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어긋난 범죄의 구성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오늘도 일본에서는 독도가 자기 땅이라는 역사적 근거의 전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 국지전에 넘어가면 안된다.
악착같이 일본을 반성할 줄 모르는 전범국으로 몰아가 그들의 무장으로 손쉬운 중국견제라는 열매를 따려고 하는 미국의 야욕까지 무너뜨려야 한다. 이미 중국은 일본과 다소 더럽게 얽혀서 더 이상의 진도를 나가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여기에 앞으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며 우린 지금 아주 점잖게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대통령 혼자서는 안된다. 먼저 이번 4월 국회에서 역사청산의 의지가 천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불안해지는 것은 갑자기 보안법 대체입법이라는 핀트가 안 맞는 선언을 하는 문의장과 난데없이 총리 골프와 이제 막 검찰의 손으로 넘어간 오일게이트에 올인하는 야당 때문이다.
마치 무언가 암묵적인 동의하에 이 중요한 시기에 과거사 청산을 어물쩍 넘어 가고 국민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려는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거기에다가 문의장에게는 일본의회의 +알파가 전달되었고 공개할 수 없다고. 돌겠다. 본인들이 앞장서서 과거사 청산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열정적으로 입법에 몰입해도 시원찮을 판에 자꾸 물 타기나 하고 있으니.
우리 속으면 안된다. 우리는 중국처럼 돌멩이 던지며 또 박찬성 식 데모할 필요 없다. 우리 의회에 이제 좀 혼자 싸우는 대통령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가시적인 과거사 청산법하나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가열찬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4월말에 모리가 밀담하러 온다고? 장난하지 말자. 그 +알파에 얼마나 단 당근이 있는지는 모르나 또 다시 민족의 자존심을 엿 바꿔 먹지 말기를 바란다. 지금 아주 혼란스럽게 여러 가지 논제들이 난무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과거사 청산이 핵이며 한나라는 박근혜 아빠의 반민족적 굴레에서 벗어나 더 이상 민족 앞에 죄를 짓지 말라.
일본 같은 깡패국가에게 백성들의 생존을 맡겨야 되는 날을 보지 않으려면.
ⓒ 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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